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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한민국 여성으로 산다는 것
작성자 여자만세 작성일 2012-01-26
여성가장, 양육·생계난으로 ‘이중고’
전체 가정 4곳 중 1곳 가구주 여성…소득은 남성 가구주 절반
‘괜찮은 일자리’ 발굴, 고임금 업종 진출 위한 재교육 필요

 

▲ 남편 사별 후 여성 가장이 된 최경란씨가 12일 경기 군포시 자택에서 세 아이의 공부를 돌봐주고 있다. 늘 씩씩한 최씨지만 세 아이의 교육비만 생각하면 마음이 쓰리다. 최씨는 “한부모가정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군포=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서울 금천구에 사는 명정희(가명·53)씨는 딸 둘을 키우는 ‘여성 가장’이다.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 때문에 명씨는 결혼 후 한과공장, 보험설계사로 쭉 일해왔다. 부부갈등이 깊어져 이혼을 요구했으나 남편이 거부해 ‘한 지붕 두 살림’을 하고 있다. 다행히 명문 여대를 나온 맏딸이 재작년 취업에 성공해 한시름 덜었다. 대형할인마트에서 일하는 명씨는 살림하랴, 입시준비하는 막내딸 챙기랴 쉴 틈이 거의 없다.

 

가장 큰 걱정은 역시 돈이다. 전세가가 폭등해 지난해 동생에게 5000만원이나 빌려야 했다. 명씨는 “막내딸 학비 생각만 하면 가슴이 먹먹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혼·사별 등으로 배우자가 없거나 남성 가장의 실직이나 가족해체로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 가장이 크게 늘고 있다. 여성이 가구주인 가구는 380만9000가구로 전체의 22.2%에 이른다(통계청, 2010년). 전체 가정 4곳 중 1곳의 가구주가 여성인 셈이다.

평균 연령은 50대가 22.5%로 가장 많다. 50대 여성 고용률이 지난해 20대를 앞지른 한 배경이다. 하지만 소득은 남성의 절반이라 경제적 고통이 심하다. 월평균 소득이 184만7000원으로 전체 가구 월평균 소득(300만원)의 61.5% 수준이며, 남성 가구주 가구(344만2000원)의 53.7% 수준에 불과하다.

여성 가장은 생활고와 자녀양육의 이중고에 시달린다. 전문직 맞벌이 부부는 소득이 2배지만 중하위층 여성 가장은 생존의 벼랑에서 서성댄다. 경제전사로 나선 여성 가장은 때론 고용시장에서 성희롱도 겪는다. 김혜영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일하는 엄마들은 여전히 아이를 맡길 데가 없다. 오전 9시 출근-오후 6시 퇴근이 보장되는 직장이 없는 상태에서 보육은 여성 가장이 겪는 큰 고민 중 하나”라고 말했다.

남편의 실직이나 질병으로 가장으로 떠밀린 경단녀(경력단절 여성)는 노동시장의 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영세 유통업이나 서비스 직종뿐이다. 장시간 노동에 임금은 남성의 70%에 불과하고, 단기 계약직의 불안정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일·가정 생활의 균형은 아예 꿈도 꿀 수 없다. 김 교수는 “일은 하지만 가구경제에 별 도움이 안 되고 직업적인 전망도 없다”며 “일하지만 만성적으로 가난해 한때 중산층이었지만 누보 푸어(Nouveau Poor·신빈곤층)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부모 가족은 더욱 고단하다. 국가 지원은 차상위계층에 머물러 있고 그나마 태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부모가족지원법상 최저생계비의 130% 미만 소득이 있는 경우, 청소년 한부모는 150% 미만 소득인 경우 자녀 1명당 5만원씩 아동양육비를 준다. 올해부터 생계비가 지급되지만 복지는 크게 미흡한 상태다.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 모자가정이 일반 양부모 가정보다 3배가량 빈곤율이 높다”며 “벌이가 적고 사교육은 잘 못 시켜 계층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여성 가장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아동양육비를 1명당 20만원으로 현실화하고, 성장연령에 따라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9년 남편이 간암으로 사망한 후 세 아이를 홀로 키우는 최경란(40·경기 군포시)씨는 “가장으로서 남편의 빈 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이 컸다”고 토로했다. 큰딸은 초등 4학년, 둘째 아들은 초등 2학년생이다. 막내딸은 어린이집에 다닌다. 조건부 기초생활수급자인 최씨는 탈수급을 위해 자격증 취득 준비를 하고 있다. 자립을 위해 지방대 사회복지학과에 편입, 오는 2월 졸업장을 받는다.

늘 씩씩한 최씨지만 세 아이의 교육비만 생각하면 마음이 쓰리다. 아이들의 특기를 살려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들어서다. 주로 무료 교육을 쫓아다니고, 인터넷사이트를 이용한다. 최씨는 “저출산시대라 아이를 낳으라고만 하는데 지금 자라나는 한부모가정 아이들이라도 1인 1특기를 살려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가장인 가구주는 남성 가장 가구주보다 신빈곤계층으로 추락할 우려가 크게 때문에 정책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서해정 박사는 “도내 거주 위기가정 800가정을 조사했더니 여성 가구주는 월 평균소득이 남성 가구주보다 20만원가량 적었고, 주거환경도 취약했다. 남성보다 건강이 좋지 않지만, 건강보험 미가입률은 남성 가구주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며 “취약 한부모가족을 비롯해 위기가정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가장의 신빈곤층화를 막으려면 사회복지제도가 확대돼야 한다. 이들이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괜찮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미혼모나 이혼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고, 이들의 일자리 역시 사실상 서비스업종에 제한돼 있다. 여성일자리센터를 중심으로 여성 가장들을 고임금 업종에 진출시키기 위한 재교육체제를 다져놓아야 한다. 일자리의 다양화도 시급한 숙제다. 특히 여성가장들이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맞춤형 공보육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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